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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아름답다
관리부  2010-04-17 23:36:20, 조회 : 1,761, 추천 : 325

▲ 949번 낙방하고 950번만에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통과한 차사순 할머니. 꿈은 젊어서 꾸는 것이 아니라 생을 두고 끝까지 꾸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할매. 잊혀지고 낡아진 나의 꿈은 무엇이더냐고 물어 온다.  
ⓒ 전라도닷컴

전화기 너머에서 대답 대신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호호홋!
밖으로 내어놓는 소리 중에 말보다 웃음소리가 많은 이였다. 그이는.
완주 소양면 신천리. 내린 눈이 허옇게 쌓여 있는 밭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듯 푸성귀들이 퍼렇게 낯을 쳐들고 있다. 산모롱이를 돌아 그이의 집에 간다.

▲ 러시아 신문의 해외토픽 기사에 얼굴이 실린 차사순 할머니. ‘의지의 한국인’을 축하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 전라도닷컴

해외 토픽에 오른 ‘의지의 한국인’
그이의 얼굴이 실린 해외토픽 기사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글로벌’ 인물이 된 차사순(69) 할머니.
‘950 Tries Later, Woman Passes Driving Test’
지난 11월4일 950번 만에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통과한 차 할머니의 소식을 전한 AP통신의 서울발 기사는 11월7일 미국 야후닷컴에서 가장 많이 본 화제의 토픽 1위에 올랐다. 이타르 타스 같은 러시아 언론사들도 차 할머니의 소식을 주요 해외토픽으로 다루었다. 이 기사엔 ‘의지의 한국인’에 대한 축하와 함께 주행시험 합격을 기원한다는 네티즌들의 격려가 줄을 이었다.
950번이라니!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 했던가.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949번 낙방을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사람! 차 할머니는 마을 들머리에서, 온다는 사람을 기다리고 계셨다. 혼자 사는 불 안 땐 방에 전기장판 위만 뜨뜻맨지근하다고 방안에서 외투를 입은 채인 할머니. 찬 손을 자꾸만 이불 속으로 끌어당겨 토닥거리는 할머니의 손톱엔 빨간 매니큐어가 반짝였다.
“일을 하도 헌게. 이것 볼라논게 손톱이 덜 닳아져. 시장에서 천원 주고 샀어.”
주름진 손으로 입을 가리며 또 호호홋 웃는 할머니.
머리맡 스탠드 아래 운전면허시험 책자가 놓여 있다. <심청전> <춘향전>도 아니고 <찬송가>도 <불경>도 아니고 잠들기 전까지 할머니가 들여다보는 것은 운전면허시험 문제집. 닳고 닳은 것을 버리고 또 사고 하다 보니 이게 다섯 번째란다.
첫 시험을 치른 것은 2005년 4월13일. 그 때부터 거의 매일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전주 시내에 나가 운전면허시험을 치렀다.
“허고 시픈게 했지.”
이제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게 되려니 했는데 할머니의 대답은 간명했다.

고생은 ‘넘들 허는 만치’
장성 백계리에서 시집을 온 사연도 한 줄이었다. “잘 허고, 늙도록 살 것”이라고 중매 말씀이 그랬더란다. 와서 보니 방 한 칸 부엌 한 칸 집이었다. 그 집에서 아들 셋 딸 둘을 낳고 길렀다. 담배도 키우고 복숭아도 키우고, 안 해본 일도 해 본 일인 양 달라들어서 열심으로 해냈다.
‘늙도록 산다’던 남편(박현철)은 늙도록 자실 술을 아직 덜 늙었을 때 다 자시고는 할머니가 54세 되던 해에 먼저 떠났다. 혼자몸으로 농사짓고 틈틈이 장에 나가 푸성귀 보따리 펼쳐 놓고 하루품 들인 만치 돈 만들어 오면서 고생은 ‘넘들 허는 만치’ 했고, 먹다가 굶다가 하면서 이날 이때까지 살았다.
“내 고상한 이야기를 헐라문 소설책 열 권으로도 모지랠 것이여” 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이 땅 할매들의 ‘구부구부 매두(매듭)매두’ 머리에 배기고 가슴에 써진 고난의 역사를 할머니는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얼매나 힘든 일이 많으셨으까요!”
“넘들맨키로 팽야 그러고 살았지. 뭐!”
“장사 나갈라문 밭에서 일 많이 하시죠?”
“많게 나문 많썩 가꼬 가고 조깨 나문 조깨 가꼬 가지 뭐.”
“들고 나갈라문 얼매나 무거우시까요! 잉.”
“많애야 두 보따리지. 한 손에 한나썩 들어.”
“잘 안 팔리고 그러문 속상하시죠?”
“폰 대로 폴지 뭐.”
이 대목에서는 조금 말씀이 후하다. “내가 단골이 많애. 잘 준게 잘 사가. 내가 손해봐야 넘이 좋아라고 허제.”
“손해 보시믄 안되죠. 돈을 벌어야 양식도 사고 그러잖애요.”
“괜찮해애~. 얼매 안묵은게.”
할매는 평생 “나 힘들어” 하는 말 따윈 해 본 적이 없으신 듯 싶다. 깡깡 언 겨울 들판 같은 시절을 벗은 발로 건너온 생애를 두고도 춥다 시리다 엄살 없는 할머니. 자기 안의 희로애락이나 욕망 따위는 죽이고 살아 온 할머니한테 꼭 해 보고 싶은 게 하나 생긴 것은 5년 전이었다.
“운전 한번 해 봐야 쓰겄다고 그 맘이 잽혔어.”
내 꿈 따윈 평생 품어 볼 일 없을 것 같던 생애의 끝자락이었다. 한번 품은 그 꿈을 꽉 보듬었다.

필기시험 응시에만 1천만원…“뭐 아까워. 허고자운 것을 허는디”
할머니는 전주 중앙시장 노상에서 야채를 판다. 틈나는 대로 상자니 빈 병이니 재활용품도 모은다. 만약에, 직접 트럭을 몬다면 버스 두 번을 갈아타지 않아도 그 무거운 짐들을 쉽게 나를 텐데 하는 실용적인 목적은 나중이었다.
“여자들도 운전허문 보기 좋잖애.”  
운전대를 잡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전북운전면허시험장에 드나든 것이 5년째.
“자고 새문 가. 학교 댕기는 것 같지. 기대되고 좋지.”
그간 950번의 필기시험에 인지대만 500여 만원, 두 번 갈아타고 나가는 교통비가 하루 6320원이니 1천만원에 가까운 거금이 들어갔다.
“뭐 아까워. 내 맘에 허고자운 것을 허는디. 재밌잖여.”
파 한 뿌리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말리는 차 할머니가 꿈을 위해 치른 1천만원은 아깝지 않다 한다.
‘허고자운 것’ 이 있어 좋았다. “허고자운 것이 암것도 없고 카만이 앙거 있으문 허전허지. 맘이 외롭지.” 훤한 꿈 하나를 품고 보니 자잘하고 어둔 근심들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의 장성 북초등학교를 졸업한 할매. 혼인하기 전 패션학원도 다니고 간호학원도 다닌 경력이 있다지만, 평생 놓다시피 한 글자들은 어둔 눈에 쉬이 들어오지 않았다.
쉬이 이뤄지지 않는 꿈은 괴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려니. 필기시험이 그리 어려울 줄 몰랐다. 60환갑은 절로 되더니 2종보통면허 합격점인 60점은 그리도 멀고 멀었다. 15점도 맞고 25점, 30점도 맞았다.
“문제가 날마다 바꿔지드라고.”
덕분에 운전면허시험장의 유명 인사가 됐다.
“수험번호 40번 차사순 할머니 합격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던 날, 날마다시피 만나서 정이 든 시험장 식구들을 이제 못보게 된 것이 제일 서운했다.
합격 소식에 제일 기뻐한 것은 자식들이었다. 65세의 어머니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무한도전을 시작한 것을 두고 “돈만 버리고 되지도 않을 일”이라거나 말리는 자식은 아무도 없었다. “울 아그들은 안 말개. 내가 좋다고 헌게. 엄마가 끝까지 헌 것을 보여준게 좋제.”
“중간에 그만 두고 싶지 않으셨어요?”
“포기했으문 합격도 없제.”



▲ 평생 놓다시피 한 글자들. 어둔 눈에 쉬이 들어오지 않는다. 쉬이 이뤄지지 않는 꿈은 괴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지만 한번 품은 그 꿈을 할매는 놓지 않는다.
ⓒ 전라도닷컴


꿈을 머리나 입으로만 꾸는 것은 헛된 꿈
“인터넷아저씨들이 일본서도 오고 영국인터넷 아줌마도 와.”
도전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꿈을 이룬 한 할머니의 기적 같은 합격 소식을 전한 외신들엔  국경을 넘은 찬사의 댓글들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우리라면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을 것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어.” “그녀의 집념은 정말 존경할 만해. 면허증을 따게 되는 날이면, 그녀는 정말 좋은 운전자가 되어 있을 거야.” “그녀는 매일같이 필기시험에 응시했어. 그것도 몇 년 동안! 4500불의 돈을 면허시험에 쓴다는 건, 학습장애와는 관련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는 거라구!” “할머니의 일생은 어릴 적 이후로 책은커녕, 고된 농사일과 집안일만 주구장창…. 대부분의 인생은 여기까지 하다가, 도전이고 지랄이고 없이 그냥 죽는 거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 할머니를 뭔가 움직이게 했고, 그제서야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책이란 걸 들어 제대로 된 문장들을 읽어왔을 거야. 그렇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난 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핸들 잡고 즐거워하시길 빌어. 우리들이 나이 60 먹으면 이 할머니를 떠올리게 될지 모르지.”
할머니는 이제 코스와 도로주행 시험을 준비하러 운전학원에 다닌다.
“한시간썩 허고 와. 세 바쿠 돌고 와. 뭐이든지 처머냐(처음)는 배우기 어려워. 나무(시험장에 있는 나무) 맞추고 주차코스로 들어가고 돌 맞추고 나가고. 티코스에서는 가다가 후진해서 들어가야 헌디, 엄버덤버 그것이 안돼. 인자 잘 허게 되겄지이∼. 안되문 될 때까지 허문 되지 뭐.”
처음으로 말이 길어진 할머니. ??안 되면 되게 하고!?? 할머니는 여학생처럼 ‘평행주차코스통과요령’과 ‘방향전환코스통과요령’을 써서 외우고 다닌다. 꿈을 머리나 입으로만 꾸는 것은 헛된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력을 그치지 않는 할매에게서 꿈은 현실이 되었다.

“따드락까지 했겄제!”
할매가 그림 한 장을 내민다. 날마다 외우고 외우는 주행코스 그림이다. 그 그림 위에 연필로 그린 자국은 몇 바퀴지만 맘으로는 몇 백 바퀴를 돌고 돌았는지 모른다.
“잘라고 누워서 천장을 보고도 돌아. 꿈 속에서도 돌고 돌제.”
잠 속에서도 꿈은 재우지 않는 할매. 꿈은 젊어서 꾸는 것이 아니라 생을 두고 끝까지 꾸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할매. 언젠가는 반드시 2종운전면허증을 받게 되실 터이다.
“그란디 인자 1종 따야지. 트럭 사갖고 장사허고 댕길라문.”
“차는 무슨 색이 좋아요?”
“내야 차? 호호홋! 그것은 생각 안해 봤는디 쪼깐헌 것으로 빨간 색이 조으까?”
“할무니, 지금도 합격 안허셨으면 어쨌으까요?”
“따드락까지 했겄제!”
‘진다는 것에 결코 지지 않은’ 차사순 할매. 잊혀지고 낡아진 나의 꿈은 무엇이더냐고 물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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